[노조결성 지지모임] 김용호의 성명서 (1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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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 몇주동안 민족학교의 임시 경영진과 이사진에 의해 자행된 노조결성 보복행위에 이어 노동 권리를 지지하는 민족학교의 11명 청년 활동가, 행정담당 및 법률 서비스 담당자들이 11월 15일 민족학교를 떠납니다. 이로써 이번 사태로 민족학교를 떠난 이들은 9월의 4명, 지도부 3명에 이어 총 18명으로 늘어났습니다. 다음 직장도 구하지 못한 상태에서 담대한 결정을 한 활동가들의 생계비를 지원하기 위한 온라인 기부를 요청합니다. 감사합니다.

한인 동포 언론 관계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수요일 부로 실업자가 된 김용호입니다. 여러 사정으로 언론 자료 공개가 늦어졌습니다. 이번 이메일을 통해 지난 7일 저희가 보내드렸던 “노동 권리를 지지하는 민족학교 실무진의 공개 성명서” 에 대한 보충 설명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이에 앞서 이번에 정리한 재정 위기 사태의 연표 웹페이지를 보내드립니다. 기사들에 행동과 결정의 주체와 시간 서순이 부정확한 점이 많아 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정리를 했습니다: 재정 위기 사태의 연표

재정 적자 논란

자, 그러면 재정 이야기를 좀 더 상세하게 해보겠습니다. 재정의 “재”자도 모르는 제가 이야기를 한다는게 조금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비영리단체 재정 전문가가 설명한 내용을 좀 더 풀어서 전달해드리고자 합니다.

과거 민족학교의 재정 관리 상태에 문제가 많았기 때문에 외부 회계사가 2015년 경에 회계를 총체적으로 정리하면서 회계 기법을 정해주었으나, 이는 비영리 단체의 회계 원칙과 맞지 않는 틀린 회계 기법입니다. 민족학교는 2015년에는 연 예산 93만 달러의 단체였지만, 오늘날에는 220만 달러를 넘는 중급 규모 단체로 성장했습니다.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재정 부장을 고용하고 빈틈없는 기획에 기반한 재정 전략을 수립하는 방향으로 나갔어야 하지만, 옛날 생각만 하며 주먹구구식 재정·행정·운영 방식에 갇혀 있는 상태입니다. 엑셀이라면 자신있지만 재정은 하나도 모르는 저를 재정 부장 자리에 앉힌 것부터 다 결론이 난 것 아니겠습니까? 왜 제가 재정 부장 자리에 앉았을까요? 몸값이 비싼 재정 전문가를 고용하자는 말을 감히 꺼내기가 어려운 분위기였기 때문입니다. 제가 우리 재정 매니저와 첫 회의를 하던 때가 떠오르네요: “용호씨 그러면 A/R 부터 하나씩 검토할께요” “네? A/R이 뭔가요?” “Accounts receivable 입니다” “Accounts receivable 은 또 뭔가요?”

회계 기법의 문제를 일부 개선하려고 했으나 비영리 단체의 회계를 모르는 기존의 회계사에 이를 맡겨 엉뚱한 내용을 수정하게 되었고, 그 결과 2019년 7월에는 기존의 회계 기법으로 재계산해보니 20만 달러가 넘는 적자가 누적된 것을 발견했습니다. “민족학교의 2019년 회계 변경 사항에 대하여” 문건에 이러한 전개 과정이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습니다. 지도부는 적자를 만회하는 연 예산 계획서를 제시했으나, 윤대중 회장측은 이미 한번 실수한 지도부를 믿을 수 없다며 대량 해고를 통한 해결을 밀어붙였습니다. 지도부는 잘못된 결정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시키는 대로 해고안을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소문이 퍼지자 지도부가 아닌 실무진들이 크게 반발했습니다. 윤대중 회장은 민족학교 활동의 중추이자 타민족 활동가로 구성된 시민참여 부서에 해고를 집중하기를 원했는데, 시민참여 부서의 활동가들이 중심에 나서 회장측의 독단으로 해고를 할 것이 아니라 실무진과 같이 머리를 맡대고 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 7월부터 9월까지 이르는 재정 적자 논란에 대해서는 10월 25일에 제가 작성했던 개인 성명을 추천드립니다. 지난 7일 보도자료를 보낼 때 참고하시도록 웹사이트에 포함시켰는데 아무도 보지못하신 것 같습니다.

김용호: 강력한 사회운동에는 다수의 마라톤 주자가 필요합니다

상기 개인 성명을 읽을 때 감안하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저는 이 개인 성명을 쓸 때만 해도 정말로 재정 적자가 있는 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때에도 그 적자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두고 윤대중 회장과 지도부 사이에 이견이 존재했으며, 개인 성명에는 그 대립이 7월부터 9월까지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소개했습니다. 그러나 이 성명을 보낸 후 10월 29일 재정 전문가의 보고를 통해 애초에 적자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상황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됩니다. 재정 적자 이야기는 개인 성명 중간의 “여름의 재정 논의” 부분에 집중적으로 다루어져 있으며, 나머지는 운동권 내부 서사라 뛰어넘으셔도 무방합니다.

민족학교는 외부 비영리단체 재정 전문가 2인에게 재정 분석을 맡겼으며, 이들은 재정 적자가 없다는 점과, 회계 기법이 크게 잘못되어 있음을 밝혀냈습니다. 특히 회장측이 고집하던 회계 기법이 “회계”의 범주가 아닌, “재정 기획”의 범주임을 지적하고 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부장급 재정 전문가를 즉시 고용할 것을 강력히 추천했습니다. 현재 재정 전문가를 고용할 재정은 넉넉합니다. 그러나 회장측은 이를 둘 다 거부했습니다.

그리고 다들 보셨다시피 11월 4일의 집회에서는 재정 적자 이야기는 완전히 빠졌습니다. 9월, 10월 내내 윤대중파의 분노는 재정 적자에 집중되어 있었음에도 말입니다. (물론 다른 문제 제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재정 적자가 메인이고, 나머지는 양념에 불과했습니다). 왜 이를 숨겼을까요? 본인이 불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주제를 지적하자 그제서야 윤대중 회장은 적자에 관해서도 본인이 옳았다는 취지의 인터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현재 회장측의 내부 분위기는 윤대중 회장이 계속 적자가 존재했었다 라는 입장을 고집하며 이를 적극 언론에 내놓자고 주장하고 있으며, 그를 지지하는 주변 이사들이 그러다가 다된 밥 망친다며 만류하고 있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잘 기억하세요 – 현재 민족학교의 재정 상태는 만찬 행사 수입만 빼고는 제가 8월에 예측한(forecast) 그대로이며, 9월부터 지금까지 실무진이 9명 떠나기는 했지만 회장측의 주장대로라면 대량해고가 너무 늦기도 하고 규모도 충분하지 않아 이맘때쯤이 파산을 바라보고 있어야 할 시기입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10월 말 경 전체 실무진을 대상으로 발송된 마지막 재정 보고에 의하면 민족학교의 은행 계좌에는 100만 달러에 육박하는 자금이 쌓여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현재의 재정 상태는 제가 이미 8월 말에 예측했으나, 회장측은 저를 믿을 수 없다며 해고를 밀어붙였습니다.

윤대중 회장의 리더십 문제

그러면 재정 적자와 동시에 진행된, 윤대중 회장의 리더십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이 리더십의 문제에 대해서는 제 10월 25일 개인 성명 “강력한 사회운동에는 다수의 마라톤 주자가 필요합니다”에서 충분히 다루었으며, 기본적으로 활동 목표 욕심 때문에 사람을 무리하게 쓰고 결국 burn-out 한 활동가들을 떠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오래 못가고 계속 교체되기 때문에, 운동 역량이 충분히 성장하지 못하고, 그리고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계속 처음부터 업무 인프라를 재구성해야 하는 부담을 가지고 시작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윤대중 당시 사무국장부터 모범을 보이며 건강을 헤칠 정도로 무리를 하니, 다른 사람들도 죄책감을 느리며 자신도 모르게 자의적으로 스스로를 혹사하는 노동 환경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이것은 건강한 운동의 모습이 아닙니다. 우리가 하루 빨리 극복하고 청산해야 할 이전 시대의 유산입니다.

그리고 조직이 작을 때부터 활동을 해온 것에 익숙하다 보니, 큰 조직에서 필수적인 절차나 정책을 존중하지 않고 그때 그때 즉흥적으로 혼자서 결정을 하고 업무를 사람들에게 맏기는 스타일을 선호합니다. 김영란 총책임자가 “세대 갈등”을 강조했죠? 지난 보도자료를 통해 보여드렸다시피 김영란씨가 주장한 형태의 세대 갈등(임금 차별, 언어 능력 멸시)는 없습니다. 이 점은 언론 관계자분들도 잘 납득하셨으리라 봅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면모에서는 “세대 갈등” 차원의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영란 매니저의 9인 실무진 모임은 위계 질서에 민감합니다. 실세로 보이는 이가 권력을 남용하면, 소위 “알아서 복종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민족학교에 출근하고, 나의 직속 상관과 나의 업무가 무엇인지 정해지고, 그 일을 합니다. 누군가가 자꾸만 나에게 업무 외의 일을 시키고, 조직도 밖에 있는 사람이 나에게 일을 시키면 반발하겠죠. 하지만 그 누군가가 모두의 존중을 우러러 받고, 근속 기간도 엄청납니다. 회의 시간에 잘 보니 발언권도 강력하고, 그가 주장하는 것들은 모두 성사됩니다. 그러면 굳이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이 사람이 시키는 것은 모두 따르게 됩니다. 그 사람이 바로 윤대중 회장입니다. 애초에 회장이라는 직함이 비영리단체에 흔하지 않으며, 회장이 실무진인지, 이사진인지도 모호합니다. 민족학교에 처음 들어오는 실무진들이 자주 묻습니다. “회장이 뭐에요? 그룹 총수 같은 건가?”

하지만 민족학교는 표면적으로는 “모두가 함께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공동으로 의사 결정을 하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단체입니다. 민족학교가 2016년부터 추진한 청년 활동가 양성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꽃을 피우면서 2018년 가을에는 약 5명의 신규 활동가가 시민참여팀에 영입되었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시민참여 팀의 인적 구성입니다. 8월 기준으로 민족학교에는 29명의 실무진이 있었으며, 이 중 8명이 한인이 아닙니다. 라티노, 중국계, 베트남계 청년 활동가들입니다. 이들 8명은 모두 지난 4년이라는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영입되었습니다.

시민참여팀을 봅시다. 시민참여팀은 총 7명으로, 한인 1명, 타민족이 6명입니다. 이들이 합류한 시점에서 윤대중 회장은 안식년으로 떠난 상태였습니다. 따라서 윤 회장의 비합리적인 경영 방식을 경험해보지 않고 거의 1년의 기간을 활동했습니다. 민족학교가 정말 민주적인 운영을 지향하는 단체인 줄 알고 합류한 이들은, 윤 회장이 안식년 이후 돌아오자 큰 충격을 받게 됩니다. 분명 조직도에 등장하지 않고, 자신의 직속 상관도 아닌 이가 잡다한 일을 시키고 전략 회의를 해보자는 둥 오히려 자신의 본 업무에 방해가 되기 시작하자 이들은 여기에 반감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사람이 시민참여팀을 중점적으로 해고하기를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되자 분노를 터트리고, 말이 통하는 다른 실무진들에게 윤대중의 경영 스타일이 왜 부당한지 설득하여 이들의 의식을 열어주었습니다. 저도 윤 회장의 스타일이 뭐가 문제인지 확실히 못 느끼고, 다만 “윤 회장이 일을 지휘할 때는 항상 목표 달성이 불가능한 것을 알면서 매일같이 속이 타는게 너무 괴롭다” 정도만 생각하고 있다가 그들의 말을 듣고는 이런 점을 서서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김영란 총책임자와 한인 언론에서 그렇게 떠들었던 “세대 갈등”은 사실 “인종 갈등”으로 정정해야 마땅합니다. 논란의 중심에 한인 2세가 있는 것이 아니라 타민족 활동가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세대 갈등”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김영란 총책임자는 10월 중순경 [적자를 다루는 실무진-이사진-지도부 합동 회의]에서 재정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실무진들이 한 마음이 되어 희생을 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예를 들어, 부장과 매니저들의 급여를 대폭 깎고 전체적으로 모든 사람들의 급여를 평준화하여 함께 위기를 헤쳐나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불현듯 제가 올해 5월 경 윤 회장과 독대를 할 때 윤 회장도 “민족학교가 진정한 풀뿌리 단체로 거듭나기 위해 실무진 전원의 급여 평준화를 추진해보는게 어떤가”라는 제안을 한 기억이 납니다. 흥미롭군요…) 제가 아직도 박정희 시대 감성이 남아있어서 그런지 이 제안에는 나름 귀가 솔깃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는 무슨 주장을 했냐하면, 재정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실무진들이 자발적으로 월급 수표를 받아두기만 하고 입금을 하지 말자고 주장했습니다. IMF 때 금모으기 운동을 하던게 떠오르네요. 이게 무슨 말이냐,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을 무급으로 일하도록 하자는 말입니다. 그건 불법인게 너무 뻔하니까, 그에 대한 대안으로 한 말입니다. 노동법을 노동자 보듯이 하는 한인 1세 분들은 이게 뭐가 문제인지 잘 이해 못 하실 수도 있으니까, 제가 다 풀어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김영란씨의 주장은 월급 수표를 주기는 했으니까, 고용주는 제 책임을 다한 것이 되고, 그리고 실무진들이 자발적으로 입금을 안 하니까, 그건 고용주가 무슨 법을 어긴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논리적 헛점이 있습니다. 다른 매니저들은 김영란씨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습니다. 만일 윤 회장이 이를 밀어붙여서 현실화 한다고 해도, 김영란 매니저가 돌아다니며 모든 실무진들에게 이를 설득해야 합니다. 그러면 이게 무슨 구도가 될까요? 고용주(매니저)가 피고용인에게 회사가 어려우니까 월급을 입금하지 말아달라고 압력을 넣는 구도가 됩니다. 부탁이니 뭐니 해도, 결국 보스가 하는 말이기 때문에 압력을 느끼게 됩니다. 이게 합법일까요? 불법입니다. 그리고 이 아이디어가 야유를 받자, 김영란 매니저는 “에휴… 답답하네.. 이런게 세대차이야!”라고 한탄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런 것이 진정한 세대 차이입니다. 220만 예산에서 10% 적자가 났다고 실무진의 50%까지 대량해고를 고민하는 단체는 이런 꼼수를 고민해서는 안 됩니다.

엉뚱한 언어 타령 하지 마시고, 이런 “진짜배기” 세대 갈등을 기획 특집으로 삼아 집중적으로 다루어주시는 것은 저도 대환영입니다. “한인 1세 단체 및 기업들, 노동법 및 기본 노동권에 대한 의식 부재 수준 심각.. 민족학교 도화선, 세대 갈등 터지나” 이런 헤드라인 말입니다.

윤대중 회장의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저를 포함해 제니 선, 김나라 외 11명의 실무진이 10월 1일에 윤대중씨의 사퇴를 요구하는 개별 11인의 개인 편지를 윤대중 회장을 비롯한 이사진에게 전달하고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개인 신상 보호 차원에서 저희는이들의 개인 편지는 공개하지 않으며, 전체 커버 편지만 공개하고 있습니다.

11월 7일 성명서 이후

먼저 한가지를 확실히 했으면 합니다. 현재 윤대중 회장에 맞서는 이들은 제가 이끌고 있습니다. 제가 민족학교에서 조직 내 2인자인 것은 다들 아시죠? 2008년 동성 결혼 합법화 찬성, 2012년 교육을 위한 부자 세금 찬성, 2018년 홈리스 쉘터 찬성 등 민족학교가 취한 입장 중 가장 논란을 불러모은 이슈는 모두 저의 정치적 결단 없이는 성사되지 않았을 안건들입니다. 이것을 알기 때문에 [대량해고에 반대하는 실무진 모임]은 9월 중순 경 윤대중 사퇴 요구를 앞두고 저를 적극 영입했습니다.

한편 백기석 전 사무국장은 [대량해고 반대모임]이 윤대중 회장의 사퇴를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되자 사무국장이 이사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일체의 개입을 하지 않겠음을 밝히고 개입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15년 넘게 활동한 활동가로서 integrity 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백기석씨는 지도부 차원에서 재정 적자 논의만 진행했고, 윤대중 사퇴 요구에는 개입하지 않았다는 제 말을 믿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노조결성 지지모임] (구 대량해고 반대모임)을 제가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에서 “백기석파”라는 표현이 나오는 것에, 저는 사실관계도 틀렸지만 그에 앞서 저의 리더십에 대한 도전을 느낍니다. 왜 저의 영향력을 무시하는 것일까요? 앞으로 “윤대중파 vs 김용호파”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백기석을 계속 언급하는 기자분과는 일체의 인터뷰를 거부합니다.

저는 김영란 총책임자 및 윤대중 회장에게 흥미로운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디지털 부장이었던 제가 민족학교를 떠난 지금, 민족학교의 온라인 입지는 매우 취약합니다. 사람들이 저희측의 주장만 보고, 민족학교가 침묵하는 모양새는 분명 불공평합니다. 이미 미국 37개 주, 한국, 캐나다, 일본, 태국, 영국 등지에서 6,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저희 웹사이트를 방문했습니다. 앞으로 그 수가 얼마나 눈덩이처럼 불어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저희 웹사이트(LiveRightly.org)에는 김영란 총책임자의 초기 문제제기나, 보도자료 등을 싣지 않았습니다. 반대파의 의견을 싣는 것도 거부감이 들고, 왜 동의 없이 올리냐고 항의를 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열린 인터넷과 free marketplace of ideas 를 믿습니다. 원하시는 주장이나 자료를 보내주시면, 같은 웹사이트 내에 따로 공간을 개설해 원문 그대로, 원하시는 형태로 실어드리겠습니다. (그렇다고 뭘 디자인 해달라거나 하시지는 말아주세요. 저… 해고된 사람입니다.) 이것은 저의 단독 결정 사항입니다. 언제든지 기재가 가능하니, 일단 관심이 있는지를 밝혀주시고, 이후 자료가 준비되시는대로 보내주시면 되겠습니다.

지금까지 이번 사태를 두고 많은 보도가 나왔습니다. 진실 게임이니, 공방이니 등 다른 단체 내분과 다를게 뭐가 있는가 모르쇠로 일관하는 기류가 보입니다.

수년전 모 단체가 모 회관을 놓고 극심하게 갈라졌을 때, 명예, 재산, 그리고 단체의 경영권을 놓고 다투는 모양새였습니다. 그러나 저희가 그런 경우인가요? 혹시라도 아직도 “김용호는 이번 사건을 일으켜서 조직 경영권을 노리는가?”라는 의문을 가지고 계실수도 있는 분들을 위해, 임시 총책임자로 승진된 김영란씨와 여전히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윤대중씨도 이 이메일에 포함된 자리에서 확실하게 말씀드립니다.

저는 앞으로 민족학교로 돌아올 생각이 한치도 없습니다. 윤대중씨가 있는 단체, 윤대중씨의 행동을 계속 도와준 이사 및 주변 관계자들이 있는 단체, 자신의 실익을 계산하며 윤대중씨의 행동을 묵인한 이사 및 주변 관계자들이 있는 단체, 민족학교에 남기로 한 실무진들이 있는 단체에 돌아올 생각이 정말 한줌도 없습니다.

이 생각은 김영란씨의 11월 4일 기자회견을 보고 나서 확신으로 굳어졌습니다.

재정 전문가의 보고를 받고 대중씨의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다음 날인 10월 30일에 제가 사직서를 제출하자 친하게 지내던 이사분이 “언젠가 이런 일이 다 지나가면 웃으면서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라고 연락해왔습니다. 글쎄요. 저는 윤대중씨를 닮아서 그런지 (미래에 대기업의 회장이 될 운명인건가?) 고집이 매우 고약합니다. 인간의 평균 수명으로는 어림 없고, 천국에서나 웃으면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0년, 20년, 30년 이후의 자신도 저의 이런 결정을 존중 해 주기를 바랍니다.

이는 백기석씨나 제니 선 씨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저렇게 해서 경영권을 다시 가져가겠다는 속셈인가” 류의 걱정은 한시름 놓으셔도 됩니다.

제가 [대량해고 반대모임]에 처음 합류한 9월 20일부터 우리는 이미 우리가 패배 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윤대중씨가 자신이 하기로 결정한 것을 못한 적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이사진은 윤대중씨를 전폭적으로 밀어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9월 20일에 이미 모두 다 함께 떠날 계획을 짜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런 잘못된 운동 문화를 바로잡으려는 시도를 하지도 않고 떠나는 것은, 이후 민족학교로 영입 되어 또 고생을 할 신입 활동가들 앞에 무책임한 행동이다. 최대한 역량을 발휘해 시도를 해봐야 한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10월 29일 재정 보고 회의를 거치며 저는 이사진이 생각을 하나도 바꾸지 않았다는 점을 재확인했습니다. 11월 4일, 김영란씨가 시위를 연 그날, 저는 이미 짐을 다 챙긴 상태였고,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사표를 쓰고 있었습니다. 패배하고 떠나는 중이었습니다. 왜 떠나는 사람을 두고 등 뒤에서 욕과 거짓을 퍼부어야 할까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어떠한 요구 사항도 없습니다. 이제는 사퇴도 요구하지 않습니다. 윤대중·이사진·실무진 전원이 모두 사퇴해보았자, 그 건물에는 악몽만 남았습니다. 저희는 다른 길을 갈 것입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제발 저희를 향한 거짓된 주장만을 바로잡으려고 할 뿐입니다. 그러나 이것마저 패배하고 있군요.

한편 김영란 총책임자를 비롯한 관계자들은 재미있는 주장을 했습니다. “이렇게 다 사퇴해버리면, 어려운 형편의 이민자 가정들은 어떻게 하냐”. 정말 중요한 지적입니다. 민족학교에서는 매년 가족 이민, 시민권 신청, 다카 갱신, 특수청소년이민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런 서비스를 갑자기 없애버리는 것은 무책임합니다. 왜 이렇게 갑자기 사퇴를 하는가.. 제대로 책임을 져야 할텐데 말입니다. 제니 선 이민 변호사는 11월 5일 사표를 내면서 사표의 유효 날짜는 현재 진행중인 법률 서비스 건에 대한 인수인계가 책임있게 진행된 후로 하겠다고 알렸습니다. 저희는 10월 동안 재정난 타개책 중 하나로 돈이 좀 되는 이민 법률 건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서 수수료를 모은다 라는 전략을 세우고 열심히 이민 법률 건을 모았습니다.

그러나 민족학교는 11월 7일 저희 웹사이트가 공개된 다음날인 11월 8일, 인수인계가 시작도 안 된 상태에서 바로 일방적으로 제니 선 변호사에 대한 당일 해고를 통지했습니다. 이제 제니 선 이민 변호사는 사무실에 출입할 수 없습니다. 민족학교측에서 현재 쌓여있는 이민 건을 어떻게 처리하려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고객이 항의하면 서류를 돌려주려고 하는 심산인 걸까요? 예전에는 이민 법률 서비스 문의 번호가 323-205-4187 이었는데, 지금도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윤대중 회장은 7월에 한 입으로 “다른 단체에 가서 계속 활동할 수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해고하여 이들이 다른 단체에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배려하자”라고 할때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와서 “믿었던 활동가들에게 배신당한” 감정으로 어떤 극단적인 조치를 취할지 우려되는, 상당히 불안정한 상황입니다. 실무진들은 요즘 새 직장을 급히 찾아보느라 혼란스럽습니다. 자녀가 있는 실무진까지 일방적으로 해고하려고 하는 것일까요? 사무실 내에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고 이사진, 실무진 너나 할 것 없이 너는 누구 편이냐고 추궁하기 시작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민 법률 서비스 팀은 윤대중씨 파 1인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다 집에서 근무하라는 지시가 내려오면 집에서 무슨 일을 해야 할까요? 자칭 이민자 권익 단체라고 하는 단체들도 단호해질 때는 단호해지나 봅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언론에 대한 공격이 날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 때문에 언론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습니다. 특히 종이신문이 제일 힘듭니다. 제가 몇년 전에 엘에이타임즈에서 경력이 30년도 넘은 대기자와 인터뷰를 했었는데, 그분이 이렇게 푸념하더군요. 언론이 망해간다. 사장이 기자들보고 소셜 미디어를 잘 파보라고 한다. 나도 기타나 치는 우스꽝스러운 동영상이나 유튜브에 올리고 뭐 그런 걸 해보고 있기는 하는데, 이게 무슨 짓인지 모르겠다.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드십니까? 내가 언론인으로 일을 시작했을 때, 어떠한 생각으로 임했는가. 왜 나는 박봉과 연장 근무를 견디며 이 업계에서 일하는 것일까? 언론인으로서 사회에서 나의 역할은 무엇일까?

찬찬히 제가 제공한 정보를 둘러보실 것을 권합니다. 이제 편집장의 눈치를 보느라 더 이상 기사의 논조를 바꿀 수 없더라도, 개별 기자분들의 시각이라도 바꿀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겠습니다.

저도 슬슬 새 직장을 찾아봐야 하기 때문에 언론 관계자 분들에게 보내드리는 내용은 이것으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순수하게 시간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 물론 민족학교 측에서 여러가지 주장과 반박이 나오겠지만, 저는 연락을 드리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cc: 민족학교 김영란 임시 총책임 담당(가칭), 민족학교 윤대중 회장

PS 끝으로 지난 7일 이후 나온 기사들에 대한 정정보도 요청을 보냅니다:

PS.2: 민족학교 김영란 총책임자가 본 성명서를 민족학교 실무진와 이사진에게 전달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By yonghokim